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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麗大藏經의 目錄體系와 그 특성

- 중국 목록학사와의 연계를 염두에 두고 -

신규탁(연세대 국학연구원,

당나라사상사 전공,문학박사)

1.목록학의 출현과 학술의 분류

目錄이라는 단어는 班固가 漢書의 序傳에서 藝文志의 성격을 기술하는 곳에 나온다. 이 것은 중국의 余嘉錫 선생의 북경대학 강의록의 유고인 目錄學發微에서 지적한 것으로 유 명한 이야기이다. 한서의 이 부분을 옮겨보면 이렇다.

劉向司籍,九類以別,爰著目錄,略序洪烈.

[예문지]는 당시 궁중에 있는 서적을 분류하여 기록한 것이다. 이 [예문지]는 [別錄] 이라고 불리우는 서적목록에 기초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이[별록]은 劉向이 지은 것 으로 산일되어 지금은 그 본래의 모습을 볼 수 없다. 이 [별록]은 각각의 책에 대해 [錄: 해제의 의미]을 붙인 것으로 부분적으로 그 원형이 남아있다. 예를들면 [列子目錄]이 그 것이다. 즉 양나라 소명태자의 {文選}에 주를 단 李善이 [劉向列子目錄]으로 소개하고 있다 (권22,[反招隱詩]注). 한편 유향의 아들 劉歆이 아버지의 뒤를 이어 [七略]이라는 목록을 만들었다고 한다.그러나 이 책도 사라지고 {文選}의 注를 통해서 극히 제한된 부분만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七略]의 내용은 [六禮略],[諸子略],[詩賦略],[兵書略],[數術略],[方技 略]으로 실은 6종에 그치고 있다.1種이 밝혀지지 않는데,{隋書}[經籍志]의 다음과 같은 기록 을 통하여 [圖譜略]을 넣어서 7略을 생각할 수도 있다.

儉撰七志,一曰經典志,紀六藝小學史記雜傳.二曰諸子志,紀古今諸子.三曰文翰志,紀詩賦.四曰軍 書志,紀兵書.

五曰陰陽志,紀陰陽圖緯.六曰術藝志,紀方術.七曰圖譜志,紀地域及圖書.其道佛附見,合九條.而又 作九篇條例

, 編乎首卷之中.

또 양나라의 阮孝緖은 {七錄} 序에서 당시의 서적을 분류하여 그 목록을 정리한다. 이 것은 저 유명한 {廣弘明集}(권3,[七錄序])에 전한다.거기에서는 [經典錄],[紀傳錄],[子兵 錄],[文集錄],[術技錄],[佛法錄],[仙道錄]으로 항목을 설정하여 당시의 서적을 분류한다.

이상과 같은 분류법은 그 후 {隋書}[經籍志]에 흡수되어 향후 중국의 문헌 분류의 전범 이 되었다. 그리하여 마침내는 {四庫全書總目}에 이르게 되었다. 이 분류는 크게 [經], [史],[子],[集]로 구성되었고, 중국에서 학문을 분류하는 틀을 마련했고 근대적인 의미의 대학 이 설립되어 학과를 분류하는 데까지 영향을 미쳤다.즉,經學내지는 철학을 연구하는 학 과를 [甲科],역사를 연구하는 학과를 [乙科],문학을 연구하는 학과를 [丙科] 등등으로 칭했 던 것이 바로 그것이다.그리하여 중국에서의 서적 분류의 역사는 이 나라 학술의 분 류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진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2.불전목록과 불학의 분류

그러면 중국인들은 불교에 관한 서적을 그네들의 전통적인 서적 분류 내지는 학술 분 류법상 어디에 소속시켰을까? 불전이 목록에 보이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양나라 의 阮 孝緖의 {七錄}일 것이다.그는 [佛法錄]이라는 항목을 설정하여 그 세목으로 [1.戒律部], [2. 禪定部], [3.智慧部], [4.疑似部], [5.論記部]를 두어 당시에 전해지던 불교관계 서적을 정 리했다.이 분류법이 우리에게 주는 정보는 당시 양나라 사람들은 당시에 유통되던 佛典들 을 위에서 본 바처럼 다섯 분야로 나누어서 정리했다는 것이다.그리고 이것은 당시 사람들 이 불교를 어떤 측면에서 이해했는가를 말해 준다고 할 수 있다. 위의 분류법은 {梁高 僧傳}에서 승려들의 전공을 어떻게 분류했는가와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있다.{양고승전}의 분류법을 보면 다음과 같다. [譯經], [義解],[神異], [習禪], [明律], [亡身], [誦經], [興福], [慶師],[唱導]의 열 부분으로 나누었다.이 {양고승전}은 양나라 僧祐스님의 {出三藏記集}과 같은 시대에 등장한 서적으로 불교를 바라보는 당시 사람들의 사고를 엿보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 이 {출삼장기집}는 [撰緣記],[銓名錄],[總經序],[術列傳]의 네 부분으로 나뉘어 진다.이 중에서 [銓名錄]는 모두 4권으로 이루어졌는데 漢字로 번역된 역대의 佛典을 時代 와 撰人의 순으로 분류하여 정리한 것이다.여기서 우리는 불전의 분류가 내용이 아니었다 는 점에 주의를 할 필요가 있다.이 점은 수나라의 費長方이 찬한 {歷代三寶記}와 당나라 智 昇의 {開元釋敎錄}이 내용별로 불전을 분류하여 목록을 작성한 것과는 다른 큰 특징의 하 나이다.

여기에서 사상사를 연구하는 이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구체적으로, 왜 유통된 시대순으로 불전을 정리하던 방식을 버리고 경전의 내용을 중심으로 분류하여 목록을 만들었는가이 다. 여기에는 여러 요인을 생각할 수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중국인들의 '哲學'내지는 '思想' 과 관계가 있다. 즉, 중국인들은 외국(인도와 그 주변)에서 만들어진 불교를 단순하게 수 입했던 것이 아니라,'자기네들의 주체적인 판단'을 매개로 수용했던 것이다. 이런 태도를 방증할 수 있는 자료를 우리는 {출삼장기집}의 [總經序] 속에서 볼 수 있다. 이 [총경서] 에는 해당하는 경전의 내용과 그것이 전 불교사상과 어떤 관계가 있는가 등을 서술한다. [經序]는 불전의 번역과 그리고 경전의 강의하고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경전을 번역 하는 사람이 번역만하는 것이 아니라 그 경전 유래 내지는 해제를 한다. 그리고 譯經과 경전을 강의하는 것이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은 구마라습의 역경 과정을 보면 알 수 있다. 뿐만아니라 이것은 경전의 註釋史와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우리는 이런 실례를 {注維摩經}에서 볼 수 있다.

또, 贊寧의 {僧史略}은 모두 23科目으로 이루어져 있는데,[十四.注經],[十五.僧講], [十 七.造疏科經]의 과목을 두어 그 창시자로 각각 康僧會와 支恭明, 朱士行, 道安을 들고 있다. 경전을 강의하는 과정에서 강사는 그 경전의 과목을 나누기도 하고 귀절마다 주석을 붙이 고,나아가서는 이 경이 전불교의 교리 체계 중 어디에 속하는지를 논하게 된다. 이런 일종의 훈고적 활동은 중국의 전통적인 '通釋語義'의 注疏 방식과는 달리 이른바 '隨文釋義'라는 새로운 注疏 양식을 만들기도 했다.

이와 함께서 [經序]의 부분은 더욱 방대해지고 나중에는 [經序]마져도 科目을 나누게 되 어, 당나라 때는 '10門'으로 과목을 나누는 형식이 정착되기도 했다.경우에 따라 이 부분 이 경전과 분리되어 별도로 유통되기도 했으니, 이것이 바로 {華嚴五敎章}내지는 {天台四 敎義}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敎相判釋'은 바로 이런 과정 속에서 생겨난 것이다.즉,'敎 相判釋'은 譯經과 釋經의 과정에서 생긴 것이다.

바로 이 '敎相判釋'이 불전의 목록 배열 방식에 반영되게 된다. 그 대표적인 불전 목 록이 {開元釋敎錄}이다. 이 목록은 唐 玄宗 開元18년(730년)에 만든 것으로 2,278部 7,046卷에 달하는 목록을 수록하고 있다. 바로 이 {開元釋敎錄}이 고려에서 조판한 대장경 의 목록에 영향을 준다. 그러면 {개원석교록}의 목록 구성은 어떻게 되었는가? 이 목록은 總錄(모두 10권)과 別錄(모두 10권)으로 이루어졌다. 총록은 漢에서 唐代에 이르기 까지 인 물과 연대 순으로 각 불전을 배열하였다. 그런데 별록 중 제11권에서 제18권까지는 과목을 일곱으로 나누고,그 중 [有譯有本錄]은 다시 보살삼장,성문삼장,성현전기집으로 나누고,거 기에 또 세목을 나누었다.

그런데 이 목록에서 우리가 주목할점은 대승과 소승에 대한 구별과, 5大部(般若, 寶積, 大集, 華嚴, 涅槃)로 구분하여 불전을 정리한 점이다. 이것은 경전을 비슷한 부류별로 정리 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 분류의 기준은 엄밀하지는 못한 듯하다. 이 점은 경학과 목록학 분야에서 보다 면밀하게 연구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3.고려대장경의 목록체계와 그 특징

그러면 {開元釋敎錄}과 해인사 소장 고려대장경과의 관계는 어떠한가? 이 관계를 알아 보기 위해서는 먼저 고려에서의 장경 판각 상황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고려에서는 顯宗20 년(1029년)에 {초조고려대장경}이 완성된 것으로 말해지고 있다.그러나 이 대장경은 몽

고의 침입으로 불타버려 지금은 印本의 일부가 일본 등지에 남아 그 부분적인 모습만을 보여줄 뿐이다.

그러데 최근 이 {초조고려대장경}의 목록은 도서관학을 전공하는 연구자들에 의해 복원 이 가능해졌다. 물론 이 복원은 현재 해인사에 소장되어 있는 {재조고려대장경}의 {大藏目 錄}과 {개원석교록}, {정원석교록} 등의 목록의 검토를 통해 가능한 것이다. 이 연구 결과 우리는 {초조고려대장경}이 북송의 勅版(蜀版大藏經 또는 開寶大藏經이라고도 부름)을 覆 刻한 것을 알 수 있다.그러나 이때에 약간의 改修를 했다는 사실 또한 간과해서는 안될 것 이다.이 대장경은 每行 14字로 된 卷子本의 형식을 갖추고 있다.

바로 이 "초조고려대장경"을 바탕으로 새롭게 만든 것이 {재조고려대장경}이다. 이 대 장경은 고종 23년(1236년)에 대장도감이라는 기구를 만들어 10여년에 걸쳐 만든 것이다. 이 대장경의 목록 구조를 보면 다음과 같다.

(1)天函(K.1) - 英函(K.1087);{초조고려대장경}을 재조한 것으로 기본적으로는 {開元釋 敎錄}의 체제를 바탕으로 하되, 약간 손질을 한 것이다. (2) 磻函(K1088) - 更函 (K.1263);대각국사 의천스님에 의하여 진행된 {초조고려대장경}의 續藏에 해당하는 부분

(3)覇函(K.1264) - 洞函(K.1498);{재조고려대장경}을 판각할 때 보충한 부분이다.그런데 이 중 K.1264에서 K.1388까지에 해당하는 부분은 {續開元釋敎錄}에 실린 목록에 해당하는 경전을 삽입한 것이다.

그런가하면 K.1499에서 K.1513까지에 속하는 15종 235권은 이른바 補遺板이고 이것의 목록에 해당하는 것이 K.1514 즉 {補遺目錄}이다. 그러니까 동국대학교에서 영인한 책으로 말하면 44책에 47까지에 해당하는 불전이다.이렇게 보면 세칭 팔만대장경으로 불리우는 해 인사 소장 대장경은 4종류의 목록체계를 갖고있는 셈이다. 이 각 목록간의 차이에 대해서 는 별도의 자료에 밝히기로 한다.

4.대장경 전산화와 목록의 의의

대장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른바 자료 소집을 먼저해야 할것이다.그런 뒤에 그 자료를 분류하여 배열해야 할 것이다. 또한 수집한 자료를 교감하여 틀린 字句가 없도록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이른바 [校수目錄學]이라는 분야에서 하는 일이 다. 이 중에서도 소집한 자료를 분류 배열하는 일은 目錄學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 런데 이 목록의 배열은 經學과 뗄 수없는 관계에 있다. 경학의 성과가 목록에 그대로 반영 된다는 점에서 장경목록이 가지는 사상사적 의의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위에서 보았 듯이 해인사에 보관되어 있는 대장경판은 크게 菩薩三藏錄,聲聞三藏錄,聖賢傳記錄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보살삼장록 주에어 經藏은 다시 般若,寶積,大集,華嚴,涅槃의 5部로 분류되었고, 성문삼장록 중에서 經藏은 根本四阿含, 長阿含, 中阿含, 增一阿含, 雜阿含 등으로 나뉘었 다. 이 분류 방식은 대승을 宗으로 삼는 敎相判釋이 그 배경이 된 것이다. 이것은 일본에 만든 {大正新修大藏經}이 阿含,本緣,般若,法華華嚴,寶積 등으로 분류 배열하여 이른바 경전 의 성립사를 기준으로 한 편제와는 그 입장을 달리한다. 여기에는 불교를 바라보는 일본 학자들의 사상이 기초가 된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목록이 가지는 사상사적 중요성을 논할 수 있다. 그리고 한문불전을 이렇 게 분류한 것은 어디까지나 일본 불교학의 시각에서 중국이나 조선의 불교를 재해석한 것 이라는 점에서 생각할 때, 반드시 재고되어야 한다. 이것은 일본 불교학의 연장선에서 중 국 내지는 조선의 불교를 해석 이해한 것이지, 중국이나 조선 불교의 상황에 즉한 분류 방 식은 아니다.

고려대장경을 전산화하는 데에도 이 목록이 가지는 사상사적 중요성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고려대장경에는 당시 고려인의 사상이 서려있는 점을 생각할 때 전자 대장경을 만 들 경우에도 이 점은 충분하고 온전하게 계승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고려인이 대장경을 만들 때 단순하게 {開元釋敎錄}이나 {續開元釋敎錄}을 복제한 것이 아님을 고려할 때, 조 선의 불교학이 가지는 특성을 살려서 고려대장경 이후에 번역되거나 찬술된 불전들을 어 떻게 흡수 보완할까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