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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력原力 과 복福
종 림 /고려대장경 연구소 이사장

고려대장경의 전산화 작업을 처음 기획할 때의 일이다. 현 해인사 방장스님이신 혜암 스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응 좋은 일이다. 원력이 있어야지, 원력만 있으면 불사는 된다. 그러나 빠르고 늦고는 전생에 지은 복에 달렸다."라고 하시는 것이었다.

사실 그 때는 무슨 말인지 몰랐다.전산화에 원력이나 복이라는 말이 전혀 비컴퓨터적인 언어라는 느낌밖에는.

내가 일을 선택하는 조건은, 첫째가 할만한 일인가. 둘째가 나에게 맞는 일인가 하는 것이다. 그 다음이 가능성에 대한 타진 정도이다.

그러니 일의 추진과정에서 나타난 결과는 신심이나 복중에 하나 만이라도 있어야 일이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신심도 부족하고 복과는 인연없는 중생인 것 같다. 모 사謀事는 사람에게 있지만 성사成事는 하늘에 있듯이 인연있는 사부대중의 참여가 없이는 이루어질수 없는 불사인 것이다.

고려대장경의 전산화는 개인의 일도 해인사만의 일도 아니다. 범불교적인 민족적인 일이 다. 현재 일본, 미국, 중국( 대만 포함)이 한적의 전산화 뿐만아니다. 불전의 전산화에 노 력을 경주하고 있지만 아직 초보의 단계에 있다. 우리도 새로운 시대인 정보화사회로 이행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된다.

해인사대장경의 판각에 얽힌 재미있는 설화가 있다.

합천에 이거인 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는 지방향리의 관직에 있었는데,어느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사자모양을 한 눈이 셋 달린 개 한마리를 만나 데려다 기르게 되었다. 그 개가 삼년후 죽어 거인은 슬퍼하며 사람과 같이 관에 넣어 정중히 장례를 치루어 주었 다. 다음 해 거인이 죽어 명부冥府에 가니 눈이 셋달린 삼목귀왕이 반갑게 맞이하면서 "주인어른 제가 삼목구 입니다. 죄를 지어 삼 년동안 귀양살이를 하면서 좋은 주인을 만 나서 편안히 지냈습니다. 정말로 고마왔습니다." 하는 것이었다.

거인은 기이한 인연에 놀라면서 인사를 하고 "나는 미천한 몸이 되어 세상살 때 착한 일 도 못했는데 염라대왕에게 어떻게 말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삼목귀왕은 염라대왕이 인간 세계에 있을 때 무슨 일을 하였느냐고 묻거든 ,'몸이 천역에 있어서 좋은 일은 할 사이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늘 법보의 귀중함을 듣고 대장경의 각판을 만들어서 널리 불법을 전하 고자 했으나 소원을 이루지 못하고 이렇게 오게 되었다'라고 대답하라고 일러준다.

거인의 이러한 대답에 염라대왕은 기뻐하면서 거인을 환생시킨다. 이러한 환생의 몫이 공주의 병으로 나타난다. 그리하여 대장경판각의 화주로 거인이 불려지고 왕은 승통으로 하 여금 대장도감을 설치하게 하고, 판각이 조성되어졌다는 것이다.

일은 원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복에 의해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신심도 가지가지이고 보시도 가지가지이다. 기술이나 정보의 제공일 수도 있고 노력의 봉사 일 수도 있다. 재보시 등 자기가 할 수 있는 무엇이던 상관 없는 일이다. 칠백 년만의 대장경 불사에 ,새로운 시 대의 새로운 불교의 장을 여는 대장경의 전산화 작업이 ,사부대중의 많은 동참으로 원만하 게 성취되길 부처님전에 기원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