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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 속 경판 이야기(1)

경판을 시주하고 아들을 낳다

명나라 때의 일이다. 관중 사람으로 호연(湖然)이라 불리우는 부자가 살았다.

고래등 같은 널따란 지붕을 인 대궐 같은 집에 살며 입고 먹고 쓰는 어느 하나 아쉬울 것 없는 그는 복덕이 많은 사람이었다.

게다가 자신이 누리는 많은 복에 교만하지 않고 없는 사람,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을 두루두루 살필 줄 아는 경우 바른 불자(佛者)이기도 했다.

그러나, 인간세상에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갖춘 이는 없는 법, 명예와 부를 아쉽잖게 갖 췄으되 그에게 하나 없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대를 이을 자식이었다.

"여보, 아무래도 저에겐 자식과의 인연은 없는 듯 싶어요. 부디 다른 여인을 보아 후손 을 보도록 하세요."

현숙한 그의 부인 송씨는 그에게 간절하게 말했으나 아내를 아끼는 마음이 컸던 호연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젊은 시절은 봄날처럼 오는 듯 가고 그의 나이 40이 되어 동년배들이 손주의 재롱에 세 상 시름을 잊는 모습에 가슴이 아파도 그에겐 여전히 아들 뿐 아니라 기왓장 갖고 놀 딸 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가 평소에 불공을 올리고 때마다 시주를 정성으로 올렸던 만덕사의 한 승려가 그의 집을 방문했다.

" 아들이 없어 걱정이 크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다른 보시도 물론 그 공덕이 장하나 불법을 널리 펴는 공덕만 하겠소. 경전의 판목을 구해 보시하시면 부처님 말씀이 종이에 찍혀 무수한 사람들에게 읽혀지고 알려지게 되니 그 공덕이 오죽하겠소. 금강경 한 권의 판목을 구해 보시하시면 반드시 아들을 낳으리다."

이 말을 들은 호연은 세월이 지나도 뒤틀리지 않고 벌레가 함부로 침노치 않는 견고하 고 미려한 판목을 구하느라 전심전력을 다 하느라 한 권의 판목을 구하는데 10년이란 세 월을 보내게 되었다.

금강경 판목을 시주한지 얼마 후 호연의 꿈 속에 한 신인이 나타나 말을 전해 주었다.

"호연은 아들 늦음을 한탄 마라. 본처는 생자의 연이 없으니 첩을 하나 얻으면 바로 아 들을 얻으리라."

꿈에서 깬 호연은 송씨부인과 의논을 했고 애초에 그러기를 자청했던 부인은 평소에 눈 여겨 보았던 참한 색시감을 골라 호연에게 소개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호연은 아들 셋을 연달아 얻었고, 복덕이 마르는 일 없이 더욱 창성 해 이승의 인연을 곱게 마쳤다고 전한다.

조선시대 실학자 이중환은 저서 『택리지』에서 "장경각 백이십간은… 지금 천여 년 이 지났으나 판은 새로 새긴 것 같으며, 나는 새도 이 집을 피해서 기와지붕에 앉지 않으 니, 이것은 실로 이상한 일이다"라고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