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둔사
 

처음 대둔사는 남쪽 바닷가 구석에 자리잡은 작은 절이었다. 절이 들어앉은 두륜산의 옛이름이 한듬이었으므로 절도 오랫동안 한듬사로 불렸다. 옛말에서 '한'이란 '크다'라는 뜻이고 '듬'이나 '둠'등은 '둥글다'라거나 '덩어리'라는 뜻을 가진다. 바닷가에 갑자기 큰산이 솟아 있으므로 그렇게 불렸을 것이다. 세월이 지나면서 한듬은 한자와 섞여 대듬이 되었다가 다시 대둔(大芚)으로 바뀌었고, 그에 따라 절도 대듬사, 대둔사로 바뀌어 불렸다. 한편, 대둔산은 중국 곤륜산(崑崙山) 줄기가 한반도로 흘러 백두산을 이루고 계속 뻗어 내려와 마지막으로 맺은 산이라 하여 다시 백두의 두(頭), 곤륜의 륜(崙)을 따서 두륜산(頭崙山)이 되었다. 두륜산의 대둔사의 이름 바뀐 사연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일제 때 지명을 표기하면서 頭崙山은 頭輪山으로 바뀌었고, 대둔사는 대흥사(大興寺)로 고정되었다. 절이 두륜사 대둔사(頭崙山 大芚寺)라는 이름을 회복한 것이 겨우 1993년, 그래서 사람들은 요즘도 대흥사라는 이름에 더 익숙하다. 일주문이나 천왕문에도 대흥사라고 적혀 있다. 대둔사는 창건 연대를 신라 말로 보았다. 이는 절 안에 있는 유물 가운데 가장 오래 된 응진전 앞 삼층석탑(보물 제320호)과 북미륵암 마애불(보물 제48호), 북미륵암 삼층석탑(보물 301호)이 모두 나말여초의 것임을 보더라도 대둔사는 나말여초에 창간되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대둔사로 향할 때 먼저 가슴에 다가드는 것은 입구의 울울한 나무와 숲이다. 계곡 물을 왼편에 끼고 10리나 되게 이어지는 절 앞길은 아름드리 벚나무, 동백, 단풍나무등 장엄하고 장엄한 터널을 이룬 속으로 뻗어 있다. 피안교를 건너서 일주문을 지나면 곧 부도 밭을 만난다. 서산대사를 비롯하여 대둔사에서 배출된 역대 종사와 강사 스님들의 부도와 부도비가 나지막한 돌담에 둘린 채 가지런하다. 다시 해탈문을 지나면 본격적으로 대둔사 가람이 펼쳐지는데 돌담에 둘린 건물들이 좌우로 늘어서서 얼핏보아 어디가 어딘지 모를 것이다.

 이는 전체 경역이 네 구역으로 나뉘어 각각 건물들이 들어앉았고, 각 구역이 돌담으로 둘리어 떨어져 있어서 각각 독립적인 듯 보이기 때문이다. 절 안은 두륜산 골짝에서 흘러내린 물(금당천)을 경계로 하여 대웅보전이 있는 북원과 천불전이 있는 남원으로 나뉘고, 다시 남원 뒤편으로 뚝 떨어져서 서산대사의 사당인 표충사 구역과 대광명전 구역이 있다.
보통 사찰들은 남쪽을 향하고 있는데 비해 대둔사의 경우에는 들어가는 입구가 서쪽이다. 그러나 해탈문에서 절 안을 바라보면 중심 축이 북원, 대웅전 쪽에 맞춰져 있음을 알 수가 있다. 침계루를 지나 북원 안마당으로 들어가면 정면에 대웅보전이 남쪽을 바라고 앉았고 그 좌우에 명부전과 범종각, 응진전이 나란히 있다. 마당 서쪽의 지붕이 첩첩한 커다란 건물은 승방인 백설당이다. 응진전 앞에 있는 삼층석탑은 이 절에 있는 유물 가운데 가장 오래 된 것으로 보물 제320호로 지정되어 있다.

                                               ▲대둔사 대웅보전

대웅보전은 고종 광무 3년(1899)에 불이 나서 다 타버린 후 새로 지은 정면 5칸 측면 4칸의 당당한 팔작 다포집이다. 정면 계단 아래 소맷돌에 얹힌 깐깐한 표정의 돌사자, 기단 위의 쇠고리 뒤에 새겨진 어벙한 돌짐승 얼굴이 눈에 띈다. 대웅보전 현판 글씨는 원교 이광사의 것이고 맞은편 침계루 현판도 마찬가지이다. 한편 백설당 지붕 밑에는 제주도로 귀양 가기 전 쓴 추사 김정희의 글씨로 무량수각(无量壽閣)이라는 현판  이 걸려 있다.

                                                       ▲천불전
천불전은 이전의 건물이 순조 11년(1811년)에 일어난 화재로 없어진 후 완호(琓虎)스님이 재건한 것이다. 정면과 측면이 모두 3칸 규모이며 지붕과 건물의 맵시가 매우 경쾌하다. 이 현판 글씨도 역시 원교 이광사의 것이며 현판 양옆의 용머리 장식과 앞쪽 분합문살을 가득 메운 꽃무늬 조각이 화려하다. 툭 터진 천불전 안 불단 한가운데는 목조 삼존불이 모셔져 있고 그 주의에 옥돌로 만든 불상 천 개가 빽빽이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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